모셔온 글/향기나는 글

화엄산문(배한봉님)

담장밑제비꽃 2013. 12. 16. 13:58

 

 

                                                                                                   배한봉

 

 

 

 

통도사 사명암 혜각 노스님을 뵙고 하산하다가 영축산 가을을 만났습

니다. 느릿느릿 산정에서 걸어 내려온 단풍이 이마 물들이며 갈피갈

누추한 생의 옷자락 위에 잎을 떨구었습니다. 지나가던 구름이 열반

드는 나무 어깨 위에 잠시 앉았다 가기도 했습니다.

지을 너무 많아 허둥거리며 앞만 보고 살아온, 실상을 펴보면 아무

것도 짓지 못한 삶의 단락. 무작(無作) ()으로 삼는다는

말씀 경구로 떠올라 중얼중얼 외우며 바라보니, 자연의 단청 속에 무심

던져둔 노스님 마음이 화엄경 읽으며 흐르고 있었습니다. 화엄산문

들어온 가을과 함께 법담 나누는 노스님 마음의 산책. 자연의 단청

법계를 극락으로 장엄하는 화려한 의식이니라. 반야의 바람이

뭇잎 떨구자 어디선가 속진을 씻어주는 물소리가 들렸습니다.

나는 오늘 불타는 화엄 되어 영축산을 단청하는 가을을 만났습니다.

날마다 새로이 태어나는 세계의 풍경들, 참말로 경전 아닌 것이 없습니

. 유정무정의 불성이여. 홀홀이 살과 피를 버리고 심골(心骨) 세우는

영축산이여. 오늘 잠시 화엄경내에 들었다가 만산홍엽 물든 가슴,

근거림조차 버리고 잠언처럼 펼쳐진 위의 생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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