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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무가 전하는 말

담장밑제비꽃 2014. 10. 24. 10:21

 

 

 

나무가 전하는 말

 

 

 

나는 참 재수 없는 놈이예요.

어느날 바람이 내게 와 좋은 곳으로 가자길래 엄마 곁을 떠나 덜렁 따라나섰지요.

녀석이 날 데려다 준 곳은 너덜겅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바위투성이만 있는 곳이네요.

날 어찌 살아라고...

그냥 바람을 원망하며 가만히 있을려고만 했어요.

그래도 아직은 세상이 살만한 곳인가봐요.

저를 딱하게 여긴 인심좋은 바위 하나가

제 살을 조금 벌리더니 그곳에 앉아 살아보라네요.

하늘만 바라보지 말고 너도 노력하라면서...

나는 불필요한 모든 것을 버렸어요.

과거의 따뜻했던 엄마 품, 시원한 그늘,

마음대로 먹을 수 있었던 물 등에 대한 추억들도...

내게 주어지는 모든걸 아꼈어요.

빗물, 못된 바람이 실어주는 먼지까지도...

오늘 난 아직은 미약하지만 이렇게 살고 있어요.

난 포기하지 않을거예요!!

다음에 다시 날 보러오세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드릴께요...

 

 

2013. 8. 4 해운대 장산 7부능선 어느곳에서

출처 : 최동춘의 블로그
글쓴이 : 시지프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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