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밑제비꽃 2020. 11. 17. 14:46

주말에 엄마한테 다녀왔다

토요일 아침에 통화를 하면서도

오늘 엄마한테 간다고 말을 하지 않았다

왜냐고요?

말없이 가야 더 반가우실 테니까요~~?

언지요~~

전화를 끊자마자

언제쯤 도착하려나

무얼 먹일까

뭘 하나라도 더 챙겨서 보내나

바쁘게 움직이실게 뻔하니까요

걸어 다니시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신 분이

자식 입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물 불을 안 가리시니

 

내가 아침 일찍 절에 간 사이에

올케랑 봉지봉지 싸서 오빠 꺼 우리 꺼

죽담에다 쪼럼허니 담아서 줄을 세워 뒀다

집에 와서 보니 껍질만 깐 밤이 있어서

비늘을 벗겨서 얼리자 싶어 주말 드라마를 보면서 작업 개시

칼을 대자마자 밤벌레가 무더기로 마중을 나옴

벌레가 안 먹은 쪽만 고르다 보니 밤이 저 모양이다

엄마가 저리 껍질을 벗기지 않았다면

한 두 개 깎아보고 쓰레기통으로 보내고도 남았다

드라마가 끝나고도 한참을 더 밤벌레와 싸워야 했다

 

자색감자

예전에는 모내기할 때 캐고 나면 끝이더니

울 엄마 올해는 이모작을 하심

이모작이라 해봐야 10리터 봉투에 하나 정도 양이다  ㅎㅎ

굵은 것을 몇 개 안되고 나머지는 조림용 정도다

엄마~

사 무우면 된다~~

이런 거 한다고 제발 밭에 앉아 있지 마라고요~!!

울 엄마의 일갈~~

"내가 송장이가~!"